우리는 그리스와 로마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그리스로마'라는 표현이다. 그만큼 두 시대는 너무나 많은 것이 닮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대의 순서를 보면, 그리스가 먼저고, 로마가 다음이다. 그렇다면, 그리스와 로마는 같은 문화권이거나, 같은 나라, 또는 로마는 그리스를 모방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둘 간에는 모든 게 포함된 관계인 것은 맞다. 게다가 로마는 그리스를 대놓고 모방한 것도 맞다.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정리해 놓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그야말로 대단한 영감의 도가니다. 이 영감은 문학, 문화, 철학, 예술의 근거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범위는 거의 무한대로 넓어진다. 서양의 역사적 사건들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서양문화는 이제 글로벌화 되어 우리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어느 여인숙 방 벽에 걸려있는 천에 흐릿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게 된다. 허름한 방에 투박하게 그려진 그림에서 돈키호테가 똑똑히 본 것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되면서도 그 입에는 미묘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 다른 그림에서 본 것은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를 재건하기 위해 자신을 보살펴 준 카르타고의 여인 디도와 헤어지는 모습이다. 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눈물을 닦는 천이 손수건이 아니라, 이불과도 같이 크다.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은 호두알 만하다고 표현한다. 작품 속 그림에 대한 돈키호테의 설명을 근거로 본다면, 돈키호테는 헬레나 보다는 디도에게 마음이 더 간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돈키호테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자신이 그 때 태어났었다면, 파리스를 없애버리는 것이 이 두 사건을 막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파리스가 황금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지 않았다면, 헬레나를 납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