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님,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뭐, 그럼 예상하신대로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선인 송석희, 바르똘로메 로드리게스 꼬레아! 제가 여러 물증과 자료를 준비해서 갈 테니, 귀국하는 즉시 만납시다.” 세비야 공항으로 가면서, 종국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김영남 기자에게 연락했다. 외무부 출입기자들 중에 친분이 생기고, 차라도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가끔 종국은 자신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내용을 말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으나, 김 기자는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큐멘터리 제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도 했었다. 종국의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도 흥분되어 있었다. “김 기자님, 감사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하뽄이라는 집안에서 대대로 보관해온 자료들이야 말로 그동안 어떤 자료보다도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역사를 바꿀 내용이자, 400년을 기다려온 영혼들을 달래줄 수 있는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정말로 궁금합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훌리아와 안또니오, 그리고 종국이 탄 차는 이내 공항에 도착했다. 종국은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속을 마쳤다. 짐을 실으면서 복주머니는 짐가방에 넣지 않고, 왼쪽 가슴 안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희 집안의 내력을 이제야 정확히 알게 된 것이 기쁩니다. 저희들 뿐 만 아니라, 하뽄이라는 성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 번 기회에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저도 제가 어릴 적 보았던 그 편지와 물건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스페인과 한국은 서로 연관성도 없고, 멀게만 느껴지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스페인과 한국의 시골 마을의 서로 다른 집안에서 보관되어온 자료들이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서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글자들이지만 영혼이 깃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