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시대 다음으로 피까소는 유랑 극단에 관심을 가진다. 광대 혹은 원숭이 같은 동물의 모습에서 먹고살기 위해 사회라는 곳에 편입하여 떠돌 수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포착하였으며, 이는 프랑스 생활에 대한 그의 심경을 대변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유랑 극단이라는 소재이지만, 그중에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는 떠돌이 신세가 작가 스스로의 삶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는 소녀」, 「광대」, 「곡예사 가족」 등이 이 주제에 해당된다. 이 시기는 그림을 이루는 주 색깔이 청색에서 장미색으로 변모하고 있으니, 바로 ‘장미의 시기’이다. 이 무렵, 피까소는 자신의 중요한 미술적 전환을 알리는 「아비뇽의 여인들」(1907)을 발표하는데, 여기서는 엘 그레꼬의 그림 양식과 당시 아프리카에 가지고 있던 관심이 가미되어, 여인이 아프리카의 가면을 쓰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피까소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고갱이 그랬던 것처럼 그즈음의 유럽이 당면한 복잡하고 잔인한 인간 사회에 대한 거부반응이었으며, 좀 더 단순하고 원시적인 것을 향한 갈구에서 비롯되었다. 「아비뇽의 여인들」은 그의 친구 막스 자코브가 바르셀로나 사창가의 이름을 붙여 줌에 따라 제목이 결정된 것이다. 즉, 그림 속의 여인들은 매춘부이다. 이어 피까소는 프랑스에 있는 동안 세잔의 그림에 영향을 받는 등, 스페인 전통과 아프리카 미술 및 색의 새로운 발견이 어우러져 그만의 독특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Les Demoiselles d'Avignon ) 1915년 피까소가 사랑하는 에바가 죽었고, 같은 해에 내놓은 「익살 광대」는 그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입체주의는 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초현실주의 경향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즉 사물의 입체적인 시각은 마치 상상에 의한, 사물의 다른 면을 보려는 시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라보는 전통적 기법에 대한 부인은 입체주의와 초현실주의가 피까소에 와서 결합한 이유이다.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