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것은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물건입니다.” 안또니오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었다. 그것을 본 종국은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복주머니였다. 분명 여러 색으로 꾸며진 복주머니는 작았고, 오랫동안 매만졌는지 손때가 깊이 배어있었다. “이 물건은 집안의 여러 문건들과 함께 수백 년 동안 보관되어 전해오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가지 상황을 파악해보니, 이것은 조선의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바르똘로메 로드리게스 꼬레아, 아니 송석희 님이 남긴 물건 말입니다.” 상기된 얼굴의 안또니오는 송석희의 이름을 아주 또박또박 발음하고 있었다. “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꼬레아라는 성은 없고, 하뽄이라는 성으로 내려오는 것에는 어떤 연유가 일까요?” 일기와 자료를 함께 읽은 종국이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훌리아에게 물었다. “사실, 꼬레아라는 성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묻혀버린 것이죠. 즉, 스페인에는 전통적으로 꼬레아라는 성이 있습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말입니다. 이태리에도 그 성이 있는데, 아마도 스페인어로 꼬레아가 ‘가죽띠’, 또는 ‘혁대’라는 뜻이기 때문에, 스페인이나 이태리에서 꼬레아는 원래가 가죽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한 집안을 말하는 성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서양에서의 성은 그 직업에서 따온 게 많은 것을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주로 일이라는 게, 가내에서 계승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성으로 전환된 것이겠죠. 따라서 여기서의 꼬레아는 ‘R’이 두 개로 된, Correa로 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최근 제가 책을 쓰면서 발견한 바르똘로메 로드리게스 꼬레아라는 분은 자신의 이름에 성을 달면서, 맨 뒤에 Corea를 넣고 싶었고, 그래서 넣었을 것입니다. 그의 사촌이라고 말하고 있는 바르똘로메 로드리게스 하뽄이 일본임을 나타내주기 위해 국가 이름을 넣었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바와 같이 스페인에는 Correa라는 성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