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희, 내가 할 말이 있네.” 평소 쓰네나가는 근엄한 얼굴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만 충실했다. 그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석희도 늘 그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역할 만을 해왔다. 석희도 쓰네나가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다만 서로를 존중하는 입장에 있었음을 여행 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경험했다. 그렇게 석희의 능력에 대해, 늘 인정해줘고, 표시나지 않게나마 배려를 해주었던 쓰네나가가 석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날이 밝으면 다시 먼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못 하고 석희를 찾은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세례를 받은 후의 쓰네나가 “지난 번 여행 중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우리 집안은 신라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네. 말하자면 우리는 도래인이고, 11세기 초에 한반도에서 건너와 미야기현 시바다군에 자리를 잡았다네. 선조들은 철을 잘 다뤄 농기구와 무기들을 만드는 일에 종사했다고 하네. 물론 칼을 잘 다루는 사무라이라는 존재도 거기서 나왔다고 하지. 내가 사무라이인 것도 다 그 뿌리는 도래인 선조들에 두고 있는 것이겠지. 조선인들은 알지 못 하겠지만, 일본에서의 역사 역시, 백제계와 신라계의 끊임없는 다툼이었고, 그 양상에 따라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네. 백제가 한반도에서 완전히 밀려난 후, 일본에서는 둘 간의 충돌이 더욱 심해졌네. 한반도는 신라계가 주류를 이뤘고, 그것은 일본 내의 패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네. 결국에 가서는 일본은 백제계가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지만, 일본의 통일과정에서도 이런 경쟁이 표출되었고, 그것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한반도를 침략한 것이네. 다시 말해, 일본의 한반도 진출은, 전쟁을 통해 신라계와 백제계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네. 외부와의 전쟁을 통해 내부의 적들은 서로 싸움을 멈추고 단결하여 진정한 일본인, 하나의 일본이 되었다는 뜻이지. 이런 의미에서, 1592년에 발발한 전쟁은 매우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 신라계인 나조차 과거 신라계 지배 구조로 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