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담배공장 “저쪽이 담배공장!” 라몬이 소리쳤다. 그랬다. 어느덧 세비야에 들어왔다. 그라나다를 나와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하였다. 스페인 남부의 들과 산은 온통 올리브 밭이었다. 아니, 올리브의 바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할 만큼 참으로 넓었다. 그리고 다시 세비야. 세비야의 왕립담배공장 지난 번 세비야 방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식 행사로 이어졌었다. 세비야에 입성하기 전에 외곽의 마을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행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전갈과 함께, 시청에서 내준 호위대의 보호를 받으며 세비야에 들어갔었다. 세비야 체재 중에도 대부분 일정으로 짜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른 곳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처음 대하는 유럽의 대도시가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것들로 인해 완전히 위압당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시청의 보호를 받으며 세비야 중앙광장에 나갔을 때, 정말 많은 인파들이 일행을 에워쌌다.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얼굴 생김새는 물론, 머리의 형태, 옷, 그리고 몸에 지닌 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세비야 성당 앞에 섰을 때, 건물은 대단히 웅장했다. 그 옆의 높은 탑 히랄따에 올랐다.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히랄따는 규모는 물론 높이가 일행을 압도했다. 그리고 맨 꼭대기 종탑이 있는 층에서 보이는 세비야는 참으로 거대한 도시였고, 아름다웠다. 일본의 그 어떤 도시도, 석희가 기억하는 조선의 그 어떤 것도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하지 않았다. 속이야 어떻든 건물의 규모와 건축양식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담배공장 정문 세비야에 처음 들어올 때, 과달끼비르 강가에 세워진 황금탑은 저녁 햇살을 받아, 건물 전체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갖는 부의 상징이었다. 처음 세비야를 방문했을 때는 시청에서 정해준 큰 것들 만 봐서 그런지, 담배공장은 방문하지 못 했었다. 그러나, 라몬의 안내로 살펴본 담배공장도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님을 보고, 석희와 일행은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