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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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빠뜨리시아의 결혼(Boda en España)(I) (스페인의 결혼 풍습)

빠뜨리시아의  결혼(Boda en España)(I) (스페인의 결혼 풍습)


빠뜨리시아는 이미 청첩장을 두 달 전쯤에 발송했다. 


그동안 엘 꼬르떼 잉글레스(코르테 잉글레스, El Corte Ingles) 백화점의 담당 코너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정해 ‘리스따 데 보다’(Lista de boda)를 결정했다. 결혼 살림에 필요한 텔레비전이며 냉장고, 카펫 등 살림살이를 정해 놓았으므로 축하해 줄 사람들, 결혼에 초대된 사람들은 리스따 데 보다에 적힌 물건을 사 주면 된다.


결혼초대장


리스따 데 보다가 대형 백화점이나 유명 전문 상점에 준비되면 하객들은 돈을 내는 대신 자신이 정한 액수에 맞춰 신랑 신부가 미리 정해 놓은 상품을 구입해 주는 것이다. 결혼 당사자를 직접 방문해서 구입해 줄 수 있지만 전화로 물어서 구입할 수도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물건은 가족 중에 여유 있는 사람이 구입해 주지만, 대개 비싼 물건은 일정액으로 분리되어 있어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 구입해 줄 수 있다. 크게 결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당사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리스따 데 보다(Lista de boda)


빠뜨리시아는 이틀에 한 번꼴로 백화점에 전화해 보고 들른다. 어떤 물건을 하객들이 선택해 주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는 길에 웨딩드레스를 맞춘다. 일반적으로 많이 입는 아이보리 색보다는 하얀색이 어울릴 것 같았다. 결혼식이 올려질 빠로끼아(Parroquía, 성당)가 크지 않고 고색창연하므로 눈부신 흰색으로 악센트를 줄 필요가 있다. 드레스의 길이는 길지 않은 게 좋다.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가 구입해서 적당한 가격의 것으로 사게 되므로 몸에 꼭 맞게 재단해서 어울리게 입을 수 있다. 빠뜨리시아도 며칠 전 웨딩드레스 재단을 해 놨으니 모레 결혼식에 맞춰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성당에서의 결혼


  그녀가 13년간 사귄 남자는 알베르또이다. 사귄 지가 오래되어서 만난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의 모임에서 한 번에 눈이 맞은 것 같다. 알베르또의 첫인상은 딱딱하고 굳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귀면서 착하고 성실하게 보였던 것이 매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빠뜨리시아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고 알베르또는 컴퓨터 조립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들은 비고 시내에서 30분쯤 떨어진 바닷가의 아름다운 마을 바이오나에 신혼집을 꾸미기로 했다. 친척의 도움이 있긴 해도 아직 시내에 집을 구하기는 어려웠고, 또 맑은 공기와 바다를 볼 수 있어 신혼집으로는 썩 마음에 드는 곳이다. 시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근처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고 필요하면 비고(Vigo) 시까지 나올 수 있어 사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결혼식


   스페인의 결혼식은 철저하게 초대에 따르며 원칙적으로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참석할 수 없다. 식을 올리는 성당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하객들이 음식을 나누는 장소에는 들어가기 힘들다. 이것은 음식 값을 아낀다기보다는 초대받은 사람이 결혼 당사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상징하며, 그만큼 자신을 가깝게 여겨 준다고 생각하게 되므로 초대받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단 초대된다면 참석하는 게 당연하고 정 참석이 힘들다면 사전에 통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초대되는 사람 수는 결혼식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약 200명 규모이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양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울려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축하해 주는 분위기를 만든다.


결혼식


일반적으로 결혼식은 성당에서 가톨릭식으로 진행되지만 경제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이나 하객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시청에서 빌려 주는 공공장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결혼 전에 미리 동거하는 커플이 많아지고 결혼식에 대한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결혼식조차 생략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골 마을의 결혼일 경우, 마을과 집은 사나흘 이상 술렁거린다. 일종의 마을 축제인 셈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과거 한국 시골의 결혼 풍속과 같다. 가족 중심으로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모, 고모, 외삼촌, 삼촌 할 것 없이 분담해서 음식을 준비해 모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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