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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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 "정치는 덕이야!"

산초, 정치 꽤 잘 하네!

산초가 돈키호테를 따라 나선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한 것. 아내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한 일이라면, 산초가 오랫동안 집을 나가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 식구들이 먹고살 수 있는 정도도 좋지만, 만일 남편이 출세해서 아이들이 귀족 가문과 결혼할 수 만 있다면, 산초가 수 백 번 집을 나간다 해도 좋다. 이것은 집을 나서는 산초에 대한 아내의 요구이고, 사실 산초 개인적인 꿈이 있으니, 총독자리를 맡아보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도 '남자로 태어나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고, 돈키호테는 언제 이뤄질 지 모르지만, 꼭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족의 생계를 꾸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초가 굳이 돈키호테를 따라 나선 것을 보면, 두 번째의 욕망이 더 컸다고 말할 수 있다. (산초가 아내를 설득하는 과정을 보면, 속으로는 자신의 목표가 있음을 숨기면서, 아내의 욕망을 건드리는 장면을 본다.) 사람은 남이 하는 것을 부러워할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사람들 위에서 명령하는 자리라면, 더 멋지게 보인다. 산초도 그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공작이 바라따리아 섬의 총독자리를 주자(물론 공작부부가 만든 연극, 즉 허구적 상황이지만), 그는 돌변한다. 정말로 책임감 강하고, 현명한 통치자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특별히 교육을 받지도 못 했다. 유일한 교육이라면, 그가 통치지역으로 떠나기 전 돈키호테가 따로 불러, 몇 가지 지침을 준 것 외에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 펼쳐지는 여러 다툼에 대해 아주 현명한 판단을 한다. 사람의 심리까지도 잘 파악한다. 사람들은 그가 솔로몬과 같은 현명한 판관이라고 추앙한다. (역시, 모든 상황은 연극이지만, 그가 내리는 판결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이것 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밤에도 밖으로 나가, 민정을 살핀다. 누가 시킨 게 아니다. 사람들을 보호하고, 억울한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그의 행동을 이끈다. 그에게 그렇게 중요했던 먹는 일도 희생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경험한다. 그에게 사람들이라는 게 그리 착하거나 의롭지 않다.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총독의 자리는 물론, 목숨까지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험한 세상을 산초는 경험한다. 밖에서 본 총독의 자리는 위엄있고, 멋있었으나, 실제로는 복잡하고, 위험했다. 산초는 깨닫는다. '내가 하던 사소한 듯한 것들이 소중했다'는 사실을! 늘 자신과 함께 다니는 당나귀가 고맙고, 그에게 먹이를 주는 그 일이, 의미있었음을 깨닫는다.(어린왕자의 깨달음 같다.) 이렇게 긴 작품 중, 산초가 크게 변하는 계기가 바로, 바라따리아 섬의 총독자리를 경험하고 나서부터다. 그에게는 일종의 '고행'이었던 셈이다. 어떤 것을 꿈꾸고, 그것을 경험하면서, 그 욕망이 결국은 이런 고행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된다. 어느 순간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는다! 산초는 훌륭한 통치자로 평가된다. 그 이유를 하나로 꼽는다면, '덕'이다. 그가 착하고 덕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면 통치를 잘 할 수 있다. 여기에 혈통과 가문과 교육이 필요없다. 아니, 그것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달았다. 특히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았다. 세금을 맘대로 쓰지도 않았고, 통치할 때나 나올 때, 돈 한 푼 주머니에 넣지도 않았다. '정치'는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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