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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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로마 연극의 발자취, 메리다(Mérida)

로마 연극의 발자취, 메리다(Mérida)

마드리드에서 서쪽 포르투갈 국경으로 9시간, 기차를 타고 닿는 엑스뜨레마두라의 작은 도시 메리다(Mérida)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부터 펼쳐지는 황량한 벌판을 지나 그 여행이 지루해질 만한 시간이 되면 한적하고 조용한 메리다에 들어선다. 밤 기차를 타고 간다면, 어느새 새벽이 역에 먼저 도착해 경건하게 길 손님을 맞이 해준다.

엑스뜨레마두라의 메리다(Mérida)

스페인의 도시들이 그렇듯, 늦게 공업화된 이곳은 농업, 목축업이 주된 삶의 수단으로 경제 생활은 다소 낙후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은 독특한 곳이다. 로마 시대의 주요한 수도 중 하나였던 메리다의 곳곳에 자리잡은 로마 역사의 발자취는 마치 이태리의 유적들을 옮겨 놓은 듯하다. 도시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잘 만들어진 메리다 로마 유적 박물관, 메리다 외곽의 산 알빈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원형극장, 사자를 가두었다가 검투사와 결투시켰던 타원형 극장이 로마시대의 상징처럼 자리잡고 있어, 이 도시가 로마시대의 중요한 거점이었으며 특히 스페인 연극사의 중요한 발자취를 갖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 뿐인가, 이베리아 반도 동서남북을 횡단, 종단하는 교통의 요지로 옛 로마인들이 쌓아놓은 긴 다리는 아직도 세비야와 살라망까를 잇는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어, 로마인들이 이곳에 남겨 놓은 건축기술의 영향력을 확인하게 된다. 로마시대 만들어진 높은 수로 역시 세고비아의 그것에 비하면 보존상태가 좋지 않지만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고 아직도 서있다.

반원형의 연극장은 5천 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깊고 높은 언덕을 이용해 기원전 18년경에 세워졌는데, 그 당시 메리다의 인구를 다 수용할 수 있었던 연극장의 규모는 그리스에서처럼 이들에게도 연극이 중요한 일과로서 생활화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직경 88.50m의 반원형 극장에는 그리스 로마시대에 그랬듯이 무대 앞부분의 반원형 오케스트라(이곳은 그리스 연극에서처럼 관객이 앉았던 곳이 아니고 중요 인물들이 앉았던 곳으로 보임)와 그 위에 폭 6m, 길이 53m의 무대 , 그리고 그 양 옆으로 코러스가 드나들던 두 개의 돌문과 뒤뜰로 향하는 중앙의 큰 문, 그리고 건물 옆의 배우 대기실 등이 있다. 긴 기둥과 2-3층의 앞면은 그 크기의 웅대함을 자랑하기에 충분하며, 이렇게 스페인의 연극은 로마의 영향 속에서도 스페인만의 굵은 선을 그어 놓았다.(그리스 연극이 스페인에 들어 온 것은 로마인들이 들어오기 전의 일이며, 따라서 스페인 연극의 역사를 로마연극의 유입시기로 잡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만, 로마의 점령과 함께 전면적으로 행해진 것은 사실이다.)

메리다에 있는 로마예술박물관(Museo Nacional de Arte Romano)

이곳의 많은 유적들은 19세기 이전에는 거의 폐허 상태로 땅 속에서, 화려했을 그 연극의 흔적마저 매장되어 있었으니, 로마시대 이후 이곳의 연극 풍토는 꽤 오랜 시간 잠자고 있었던 셈이다. 

스페인 연극은 이태리 연극과 비슷한 시점에 출발하여 정착되는 행운을 얻었지만 이민족의 침략과 점령에 의해 그 역사가 존속되지 못했고 따라서 이태리 연극에 뒤져 있다가 국운이 상승한 황금세기에 와서야 다시 이태리의 영향을 받아 로뻬 데 루에다, 세르반떼스, 로뻬 데 베가 등을 거쳐 새로이 정착하게 된다. 메리다의 원형극장을 지키던 옛 배우들은 묻혀 있던 기나긴 시간 동안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메리다에 있는 로마시대 연극장

스페인 연극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에 대한 역사적 안목을 갖고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스페인 연극상의 경향이나 작가를 논하기에는 우리에게 스페인 연극이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연극을 얘기하자면 먼저 로마 제국과 스페인과의 관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로마 시대의 연극은 그들이 누렸던 정치 군사적인 세력만큼이나 강하게 스페인에 자리잡고 스페인화되어 스페인의 독특한 연극의 기원이 되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구분되는 자생적(또는 배타적) 연극 형태를 독특하게 발전시켜 나갔다. 그것은 자기 것에 대한 우월감에 의한 결과이기보다는 다른 서부 유럽에서 스페인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폴레옹이 ‘피레네 산맥 이남은 아프리카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페인을 경시한 것을 보면 스페인이 유럽에서도 얼마나 소외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다행히 이태리 연극과의 교류는 빈번해서 오히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선진 연극이 가지지 못했던 부분이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갖추게 되었고 그것은 스페인 연극이 갖고 있는 자존심의 바탕을 이룬다. 

호세 에체가라이를 비롯하여, 하신또 베나벤떼, 하신또 그라우, 바예 인끌란,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 라파엘 알베르띠 등의 작품들이 결코 현대 연극을 이끌어갔던 이태리의 루이지 삐란델로나 독일의 베르똘트 브레히트, 노르웨이의 헨릭 입센, 외젠느 이오네스꼬, 유진 오닐 등의 수준에 비해 예술성이나 시대적 감각에 있어 뒤지지 않다는 사실은 스페인이 획득한 노벨상이나 현 연극사에 나타나는 그들의 영향력 등 다소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중반을 지배했던 삐란델로 및 브레히트의 이론은 스페인에서 자생된 바예 인끌란 및 우나무노 등의 이론과 비교되며 시대적으로도 오히려 그들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도 있다.  

스페인 연극을 말하면서 메리다를 언급한 것은, 메리다의 원형극장에서 보여지듯이 현재의 스페인어로 문자화되기 이전의 스페인 전통극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 이곳이 아주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스페인 연극의 대부분이 로뻬 데 루에다, 로뻬 데 베가, 세르반떼스, 깔데론 데 라 바르까 등의 시대에서 출발하여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형성한 반면, 그 이전의 스페인인들이 가꾸고 즐겼을, 그래서 이들 황금세기를 포함한 스페인 연극 문화의 원류가 되었을 연극의 뿌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바로 메리다라는 한정된 지역 속에서 수 백년을 화석화된 채 묻혀 있었다. 따라서 이런 작가들로부터 스페인 연극이 생겨났다고 단정한다면, 이는 스페인 문학에서 반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제외한 채 설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른 유럽의 문화가 그렇듯이 스페인 연극도 자생적, 독자적 삶을 처음부터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국 그리스, 로마 문화를 통해 발전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 시대 이베리아 반도의 주요 수도였던 메리다를 살펴보는 것은 빼먹기 쉬운 스페인 연극의 뿌리를 살펴보는 작업과 다르지 않다.  

로마시대의 원형극장(Anfiteatro romano de Mérida)

 아테네 교외의 아크로폴리스 구릉지에 아직도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1만7천석을 자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메리다는 그 규모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지금도 시민의 수가 2만 안팎인 메리다를 생각하면 현재 시민의 1/4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극장의 규모를 볼 때, 옛 스페인의 연극에 대한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자리에서는 해마다 고전극만을 공연하는 연극 페스티발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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