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하늘에 닿은 도시, 똘레도(Tol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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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은 도시, 똘레도(Toledo)
안달루시아가 아랍 문화를 상징하고 있다면,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시 기독교 세력이 들어오고, 중세 이후 스페인적인 것이 형성되어 스페인을 대표했던 지역이 바로 까스디야-라 만차(Castilla la Mancha) 지역이다. 까스띠야 지역은 위쪽이 레온과 섞여지고, 아래쪽은 라 만차와 합해지면서 양분된 것인데, 그야말로 대평원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왕국이었다. 특히 라 만차 지역은 중세의 양분을 먹고, 바로코를 살다간 기사, 돈끼호떼의 주된 무대이고, 황금 세기 연극의 중심지였다.


정열의 까스띠야 라 만차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똘레도IToledo, 톨레도)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이태리에서 이곳으로 옮긴 후, 똘레도에서 살다가 똘레도에 묻힌 위대한 화가 엘 그레꼬의 그림에서는 똘레도가 마치 천상의 세계와 맞닿을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똘레도의 전경, 특히 외곽의 높은 산에 위치한 빠라도르 호텔에서 보는 전경은 신비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똘레도의 전경을 소개하는 사진들은 이렇게 거의 한쪽에서 보이는 장면이 주류를 이룬다. 거기에는 천년 수도를 둘러싸고 유유히 흐르는 따호 강이 선명히 드러난다. 엘 그레꼬가 그린 똘레도의 그림도 빠라도르에서 펼쳐진 전경과 같음을 볼 때, 이 이국의 화가도 이곳에 와서 신비스런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도시를 둘러 흐르는 따호 강은 멀리 포르투갈까지 이어지는 긴 강으로, 뱃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로렐라이의 언덕 같은 그런 전설적 이야기를 기대할 만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따호 강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게르만의 일파인 비시고도(고트족)의 통치 마지막 왕 로드리고가 따호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던 여인 프로린다 라 까바라는 처녀에 반해 그녀를 농간하고 만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땅 세우따에 파견된 백작 훌리안으로 이 소식을 듣고 대노하여, 왕을 치기 위해 아랍 세력을 스페인에 끌어들였다고 한다. 단지 전설처럼 신빙성은 떨어지나, 이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아랍이 스페인을 점령하여 700년간 스페인 땅의 주인이 되었다. 당시 중동을 무대로 무섭게 뭉쳤던 세력이자, 그 힘을 대외 정복으로 확장했던 아랍세계를 보건대, 가장 근접한 스페인이 아랍세력에 의해 점령당했었던 일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사소한 사건 하나가 커다란 흐름으로 작용하는 역사의 단면을 실감하게 된다.

똘레도는 하나의 성이다. 거대한 군함 같기도 하고, 주변의 낮은 듯한 하늘과 대비될 때는 하늘의 계시를 땅에서 처음으로 받는 곳 같기도 하다. 그만큼 신비롭다. 중앙에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대사원이 자리하며, 그 웅대한 자태는 이곳이 가톨릭인의 땅임을 실감케 한다. 중세 이후에 이곳은 가톨릭의 성지로 정해져 많은 종교모임이 열렸던 곳이며, 그에 따라 유명한 사제들이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가톨릭 대성당은 13세기 페르난도 13세 때에 착공되어, 1226년에서 1493년까지 250년 이상 걸려 완성되었다. 오랜 시간의 건축은 중세의 특징과 르네상스, 바로코 등의 시대적 특징이 모두 합해진 다양한 양식의 예술미를 탄생시켰다. 이곳에는 엘 그레꼬의 <성의를 입은 사람>을 비롯하여 그의 그림이 주류를 이루며, 그밖에도 고야와 루벤스, 반 다이크 등의 그림도 볼 수 있어 가히 ‘성화의 보물창고’ 라고 할 만하다. 또한 14세기에 지어진 산또 또메 교회에는 엘 그레꼬 작품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손꼽히는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 전시되어 있다.

똘레도는 자급자족하기에 적합한 도시였다. 따호 강이 도시의 삼면을 둘러싸고 있으며, 그 밖으로 한 쪽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높다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서쪽 끝의 산 마르띤 다리에서 동쪽 끝의 알깐따라 다리까지 따호 강은 깊게 흐르고 있어, 똘레도를 작은 섬처럼 만들었다.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유사시에는 지형적인 이점을 살리니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입지인 셈이다. 결국 이 천혜의 조건 안에서 여러 왕조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키우고 보호했던 것이다. 금속성의 단단하고 무한한 가치를 지닌 질감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 오랜 도시는 로마시대 이후로 무기 생산의 근거지로 특히 이곳에서 만든 여러 칼들은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개척 때 명성을 날렸으며, 유럽의 많은 전쟁에서도 똘레도산 칼이 유명했다 한다.
프랑꼬가 졸업한 보병학교가 전형적인 군사도시 똘레도에 위치하며, 13세기 똘레도를 재정복한 알폰소6세 때, 따호 강변 높은 언덕에 지은 요새로 시작되어, 까를로스 5세 때 완성된 알까사르에서는 스페인 내란 당시, 프랑꼬를 지지하던 똘레도 사람들이 프랑꼬 군이 진격할 때까지 항쟁했던 격전지이며, 유적지로 유명하다. 프랑꼬 군의 지지자인 모스까르도 대령과 성밖에서 공화파에 의해 인질로 잡힌 아들 사이의 대화와 마지막 총소리는 지금도 유명하며, 그 대화는 한국어로도 녹음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진다.

똘레도는 1950년 이후 도시의 팽창이 완전히 멈춤으로써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정체된 느낌을 풍기고 있다. 그 뒤 똘레도의 기능은 관광에 멈춰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된 것이다. 스페인이 주는 관광지로서의 이미지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관광상품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마치 똘레도는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공조하는 도시 같은 이미지를 준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상품으로 삼아 살아가며, 도시는 온통 옛날의 황금색을 유지한다. 저녁 노을에 비춰져 황금색으로 변모한 이 벽들이 온통 금으로 바뀔 것을 꿈꾸는 양 말이다.
똘레도의 상점들을 보고 그 거리를 걸으면서, 중세의 어떤 사람이 다시 살아와 옆에서 걸어도 거의 의식하지 못할 듯한 분위기에 도취된다.
과거의 무덤 속에 갇혀 더 이상의 몸부림도 없이 안주해 살고 있는 곳, 바로 똘레도이다. 스러나 이 곳에는 천상의 것인 듯한 아름다움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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