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스페인의 휴가(Vacacione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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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휴가(Vacaciones)(I)
7월 말이면 스페인에서 제3차 휴가 행렬이 시작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7월 31일은 7월 1일과 15일경의 휴가 행렬에 이어 가장 많은 사람이 외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잘 닦인 고속도로조차 막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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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휴가행렬(Salida de vacaciones) |
8월은 거의 모든 사람이 휴가를 보내는 달이다. 직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직장이 없는 이들도 본능적으로 떠난다. 스페인 사람들의 성격 상 그렇게 일에 쫓겨 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아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대단한 것 같다. 일보다는 즐기는 데에 비중을 두고, 그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아 살아가기에 일은 그만큼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한편, 대도시에서 여름을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에어컨 시설을 갖추지 않은 집이 태반이며 차들도 역시 냉방 시설에 인색한 탓에, 마드리드 같은 곳에서는 40도를 넘기는 기온을 버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위와 싸우면서 정력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아예 더위를 피해 멀리 떠나는 게 1년을 두고 볼 때는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휴가에 대한 기대는 크며, 쉬는 모습도 백태를 연출한다. 휴가철에 특히 붐비는 지역은 지중해의 빨마 데 마요르까나 대서양의 라스 빨마스, 그리고 떼네리페 등지이다. 빨마 데 마요르까는 비행기 운항 횟수와 공항 이용자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만큼 많은 사람이 휴가지로 선택하는 곳이며, 특히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더위를 찾아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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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요르까 해변(Palma de Mallorca) |
이렇게 휴가는 더위를 찾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스페인의 많은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해서 더위를 피해 나간다. 여름휴가철은 이러한 대단위의 이동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기록되는 때이며, 그다음이 세마나 산따의 1주간 휴가철이다. 이들에게 선호되는 지역은 반도의 북부 갈리시아이며, 이곳의 작은 마을까지 여름은 오히려 붐비는 계절이다. 물론 1개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자신의 마을을 찾는 경우도 많아서, 친척들을 만나 여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 집을 하나 더 갖고 있다. 도시 안의 복잡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이요, 시의 외곽에서 그런대로 자연과 더불어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더 외곽에, 그리고 자신의 시골 고향이나 북부 지역에 여름을 나기 위한 집을 마련한다.
아마도 이는 왕궁들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왕실 가족은 기본적으로 거주하는 왕궁 외에 여름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늘한 곳에 왕궁을 마련했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로 가면서 만나는 나바세라다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라 그랑하(La Granja)의 왕궁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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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요르까의 왕실(Palacio real de Almudaina, Mallor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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