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이야기] 한산모시와 가을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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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와 가을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을에 나오는 전어가 그 만큼 맛이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충청남도 서천군에는 한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마실 때는 전혀 모르다가도 일어나면서 많이 취해있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는 이름을 얻은 ‘소곡주’의 고향이면서, ‘모시’로도 유명합니다.
모시라는 천이 만들어지기까지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남성이 할 일은 고작 모시나무를 잘라서 집으로 가져오는 일에 국한된다면, 그 다음부터의 거의 모든 과정은 여성이 담당합니다.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꾸기감기, 모시짜기 등 과정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곳 서천에서는 며느리를 고를 때, “얘야, 너 모시 잘 허니”하고 시어머니가 물어 봤다고 하며, “예, 헐 줄 알어유”라는 답이 오는 게 인터뷰 통과의 가장 큰 관문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시집 올 때, ‘베틀’을 혼수품으로 가져온다면, 어디 좀 부족하더라도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는 남녀 당사자들의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이 지방의 여성들은 젊었을 때부터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모시와 함께 살았답니다. 특히 이 작업의 성격 상 한참 더운 여름에 해야하는 것이라, 고된 모시삼기는 물론, 농사짓기와 밥짓기, 아이돌보기, 생일 상, 제사 상 차리기 등 참으로 고생이 많은 삶을 살을 것 같습니다. 모시는 참 고약합니다. 하필 기온이 아주 높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니 말입니다.
이쯤되면 집을 떠나는 며느리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과거 여성들의 가출권이라는 게 거의 없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고 살아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가을 전어’ 때문에 나갔던 며느리가 집에 돌아온다는 상황보다는, 봄부터 여름내내 고생한 젊은 며느리에 대해 약간은 미안하고 안된 마음을 가진 시어머니가 마침 한창 잡히는 전어를 구입해 한 입 넣어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며느리 혼자 먹었겠습니까? 자신의 입에는 단 한 입, 대부분은 지아비, 아이들 입으로 들어 갔을 겁니다. 그래도 고난의 여름을 지나 가을 바람이 노고를 쉬게 하고, 전어를 먹으며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잠시나마 고생을 달랠 수 있었을 겁니다.
‘한산모시’에는 이런 이 지역 여인들의 이야기가 가늘고 길게 직조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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