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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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스페인의 축구열풍(III) / Fútbol para los españoles

스페인의 축구열풍(III)


스페인을 비롯하여 축구 선진국에서 축구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삶의 일부이다. 학교를 가더라도 축구공을 들고 가며 유니폼을 입은 채로 등교하는 아이도 쉽게 눈에 띈다. 방과 후의 놀이도 축구이다. 축구를 대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자세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 포지션을 정하여 항상 그 자리에서 최선의 역할을 해내려고 하므로, 이를테면 골키퍼는 항상 최고의 골잡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어떤 경기에서도 수비수와 공격수를 바꾸는 일은 드물다. 수비는 수비에서, 공격은 공격에서 그 역할을 다하며 아무리 작은 팀이라도 감독이 있는 게 일반적이다.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따르며 심판의 판정을 최대한 존중한다.


마요르까(Real Club Deportivo Mallorca) 구장

에베로스타(Eberostar) 내부


이러니 관전 태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애국심에 타올라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축구 경기를 대할 경우, 그것이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열기는 식게 마련이다. 대신에 스페인 사람들은 분석적이다.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가 뛰어난지 분간할 줄 안다. 공격만이 최선이 아님을 이해한다. 기술과 전술을 잘 파악하면서 관전한다. 그만큼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객은 어떤 감독이 어떤 작전을 펼치며, 어떤 선수는 어느 발을 잘 쓰고 얼마만큼의 연봉을 받고 어느 팀에서 스카우트해 갈 것인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어느 정도 달라졌다고는 하나, 월드컵 경기가 있으면 “와―” 하고 열기가 높다가도 국내 리그 경기에는 관중이 없는 한국의 현실은 이러한 관전 태도를 갖지 못한 관객과 그렇게 만들지 못한 관계자들의 잘못이 크다.


레알 베띠스(Real Betis) 구장(세비야)
베니또 삐야마린(Benito Villamarín) 내부


축구의 발전을 바란다면, 관중의 축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 축구 발전을 위해 더욱 분석적이고 과학적일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의 축구 해설가 역시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더욱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FC 말라가(FC Málaga) 구장

라 로살레다(La Rosaleda) 내부


  동원된 관중은 일회성일 뿐이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애국심만 가지고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끔 학교 운동장에 나간다. 어린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들 중에 골키퍼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찾기 어렵다. 수비수도 하기 싫어한다. 모두 공격수가 되고자 한다. 축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 자리를 잘 인식하고 최대한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의 축구에 대한 인식은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물론,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매우 높아졌다. 이제는 골을 넣는 선수 만을 보지 않고, 포지션 별로 누가 어떻게 잘 하는 지, 감독의 전략, 전술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한 식견이 아주 정밀해졌다. 이렇게 관전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앞으로 축구의 질도 매우 발전할 것이란 기대로 이어진다. 실제 한국 축구도 많이 발전하였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축구산업, 즉 마케팅 등 축구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자본과 인적 자원이 추가된다면, 축구 자체의 발전 뿐 아니라,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축구에 대한 투자가 과감해질 것이고, 아직은 우리에게 기회가 올 수 있겠지만, 향후 사업적인 면에서 중국을 따라갈 수 없는 시점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스페인, 영국, 독일, 이태리, 프랑스 등 축구 선진국에 축구 선수를 보내서 배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 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이끌 젊은 인재의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레알 바야돌리드(Real Valladolid) 구장
호세 소리야(José Zorilla)


유럽에서는 모든 것이 축구로 통한다. 축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대화의 기본을 갖춘 셈이다. 적대적인 나라의 경우에도 상대국의 선수가 자국의 클럽으로 스카우트되는 경우에 그를 아껴 준다. 자기 팀의 선수를 아끼는 것은 자기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 병원의 응급 환자 수가 20퍼센트 줄었다는 스페인 신문 기사를 보면서, 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축구를 보느라 아픈 사람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축구 경기를 보며 무언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때 아픔도 사라지며 그것이 바로 건강과 연결된다는 생각도 해 본다. 


축구가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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