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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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황새 둥지에 눌린 콜라주, 그리고 백남준(II)

예술의 현실적 구현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아니면 자신이 갖지 못했던, 그래서 예술로 실현해 보고자 했던 부족한 무엇을 메르세데스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러 가지 의문을 품은 채, 그의 예술은 ‘전위’라는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전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내부의 설치예술 작품들
  

보스텔이 이곳에 정착한 것은 첨단 예술 때문이 아니라, 이곳의 자연 때문이다. 첨단의 산업화된 도시에 살았던 그에게 이곳의 자연은 예술 행위의 '백지'와 같았으며, 백지 역시 또 하나의 예술이었다. 미술관이 있는 자리는 원래 양털을 깎아 처리하던 곳이었다. 한창때 온 마을 사람이 이 사업에 전념했었고, 여기서 생산된 양털은 풍부한 물을 이용해 세척되고 건조되고 처리된 후 유럽으로 팔려 나갔다. 당시에는 대단한 사업이었다. 그 후 양모 사업이 다른 것으로 대체됨에 따라 양모 처리 공장은 폐쇄되고 흉물로 남아 있었는데, 우연히 이곳을 찾아든 보스텔에게는 이상적인 예술 공간으로 보였던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미술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사물은 수레를 비롯해 자동차, 텔레비전, 라디오, 오토바이, 청소기, 피아노, 시멘트 등이다. 이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예술품으로서 우리와 마주하고 있지만, 석기시대 사람들이 남겨 놓은 생활의 흔적이 돌 유적이듯 우리에게 이것들은 그저 지금 시대의 삶의 단면으로 다가올 뿐이다. 천 년 후, 새로운 사람들이 이 땅을 판다면 무엇이 나올까? 만일 이곳에서 찌그러진 자동차와 타이어 그리고 이상한 번호판이 튀어나오고, 비행기 잔해와 청소기가 발굴된다면 그것은 '유적'인가 '쓰레기'인가?


살바도르 달리와 보스텔


우리는 스페인 북부 알따미라(Altamira)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 그림을 유적이며 예술품으로 본다. 그리고 사고 난 자동차로 무언가 의사 표시를 하면 이 역시 예술로 본다. 원시예술에 비해 지금의 예술은 유희가 아니라 처절한 투쟁이고, 자기부정과 반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작업이다. 자기를 부정하면서 예술이 태어나니, 그 옛날 유희로 만들었던 과거와는 비할 수 없는 인간의 고단함이 현재의 예술이다. 그래서 예술 행위는 유희가 아니라 삶의 고달픔이고 피곤함이 되었다.

                          

백남준의 작품


저만치 우리에게도 익숙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작품이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파르치팔의 종막>은 1920년대 달리의 아이디어를 1988년 보스텔이 작품화한 것이다. 오페라를 보던 달리에게 마지막 커튼의 내려짐은 자전거가 막이 되어 내려오는 환상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 자전거는 인류 문명의 첨단이었고 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발명품이었다. 그렇지만 이 아이디어는 차후 발명된 오토바이로 바뀌었으니, 오토바이가 자전거를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오페라의 공간에 내려진 오토바이는 이전 문명과의 절단이며,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의미했던 것이다.


비디오 아트 작품


저기 밑에는 보스텔의 지인들이 기증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작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백남준(Paik, Nam-june, 1932-2006)의 이미지가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고, 또 그의 말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존 레논의 부인으로 알려진 오노 요코의 작품이 있고, 그 안쪽에 우리의 눈에도 익숙한 백남준의 텔레비전들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설치되어 있다. 그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그를 만나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보스텔의 미술관에 그가 쓴 붓글씨와 예술품이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새삼 그의 예술을 평가하게 된다.

미술관 외부의 거대한 설치 작품


그러나 미술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곳은 창고라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있을 뿐, 북쪽으로 난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예술이 펼쳐진다. 자연이다! 날카롭지 않은 괴석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호수는 잔잔함으로 건물과 바로 연결된다. 문 안의 세계가 20세기의 유산이라면, 문밖의 세계는 20세기를 어우르는 원시 자연이다.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대자연의 공기를 마시며 물결을 타고 반짝이는 햇빛을 보면서, 창고 속은 예술이 아니라 쓰레기 처리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보스텔은 우리 시대의 쓰레기를 잔뜩 쌓아 놓고, 상대적으로 자연을 노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작품에 둥지를 만든 시구에냐들


옛날 옛적 양털을 말리던 넓은 정원에는 원시 그대로의 배나무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무겁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그 한가운데 우물 자리에는 20세기의 유적처럼 자동차, 전투기 앞부분 잔해, 다시 자동차, 다시 전투기 꼬리 잔해가 꼬리를 물고 20미터쯤 되는 탑처럼 높이 쌓여 있다. 그 사이로 위에서부터 피 같은 물이 줄줄 흐르고, 아래에는 로마와 아랍의 유적에서 보던 분수의 물줄기 하나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면서 끊임없이 소리의 정적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맨 위 아늑한 집을 짓고 하얀 자태를 드러낸 채 앉아 있는 '시구에냐'(Ciguena)황새)란 또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은 이렇게 포근함으로 우리의 허물을 감싸 준다는, 경험으로부터 나온 결론에 닿는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잔해에서는 물이 마르지만, 그것을 덮은 자연은 말없이 처음의 얼굴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예술요? 콩 껍질 요리와 같아요. 대단히 먹기 싫어하는 사람, 그런대로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안에 비타민을 비롯해 온갖 영양가 있는 것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니까요.”


미술관을 지키는 관장의 말이 까세레스를 향해 질주하는 버스의 흙먼지를 뚫고 낱알처럼 튀어 오르고 있었다.


위에서 본 미술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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