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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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귀향(세르반테스를 만난 조선인) / (마지막회)44.도착(Llegada)



“김 기자님,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뭐, 그럼 예상하신대로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선인 송석희, 바르똘로메 로드리게스 꼬레아! 제가 여러 물증과 자료를 준비해서 갈 테니, 귀국하는 즉시 만납시다.”

세비야 공항으로 가면서, 종국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김영남 기자에게 연락했다.

외무부 출입기자들 중에 친분이 생기고, 차라도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가끔 종국은 자신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내용을 말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으나, 김 기자는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큐멘터리 제작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도 했었다. 종국의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도 흥분되어 있었다.

“김 기자님, 감사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하뽄이라는 집안에서 대대로 보관해온 자료들이야 말로 그동안 어떤 자료보다도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역사를 바꿀 내용이자, 400년을 기다려온 영혼들을 달래줄 수 있는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정말로 궁금합니다! 빨리 돌아오세요!”

훌리아와 안또니오, 그리고 종국이 탄 차는 이내 공항에 도착했다. 종국은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속을 마쳤다. 짐을 실으면서 복주머니는 짐가방에 넣지 않고, 왼쪽 가슴 안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희 집안의 내력을 이제야 정확히 알게 된 것이 기쁩니다. 저희들 뿐 만 아니라, 하뽄이라는 성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 번 기회에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저도 제가 어릴 적 보았던 그 편지와 물건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스페인과 한국은 서로 연관성도 없고, 멀게만 느껴지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스페인과 한국의 시골 마을의 서로 다른 집안에서 보관되어온 자료들이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서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글자들이지만 영혼이 깃든 살아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어쩌면 저와 여기 두 분 간의 만남도 그런 인연의 연결 고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게 하찮아 보여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살아있다는 사실을 저 역시 느꼈습니다. 그 영혼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종국 씨를 통해 이 세상에 다시 들어나게 된 것입니다.

처음 고문서 보관소에서 종국 씨 눈에 들어온 것도 우연 같지만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저희들도 조만간 서울로 출발하겠습니다.”

안또니오는 종국의 손을 꼭 잡았다. 종국은 안또니오와 훌리아에게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그리고 복주머니를 갖고, 웅천에 가서, 조선인 송석희의 혼을 달래주기로 했다. 아울러, 종국의 고향인 해남을 방문하여, 굵고 큰 나무가 지키는 고택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저도 너무 기쁩니다. 덕분에 하뽄의 뿌리에 대한 저의 연구도 일단락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조선, 그리고 일본과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고요.

특히, 송석희 할아버지를 400년 만에 다시 깨워, 고향으로 보내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정말로 뜻 깊은 일입니다.

이제 저도 과거의 흔적을 찾던 연구에 마침표를 찍고, 앞으로는 한국과 스페인 간의 교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훌리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종국은 무엇보다도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년 간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자신의 숙제를 마무리한 것 같았다. 그 뿌리는 자신의 집안에 내려오던 그 이상했던 편지를 대하면서 시작되었고, 세비야를 방문했을 때, 고문서 보관소에서 다시 불붙었다.

어디에서 붙었는지, 자신에게 달라붙은 송석희라는 영혼이 드디어 자신을 다시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영혼은 자신을 통해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에서 국제선으로 이동하고, 드디어 한국행 비행기로 바꿔 탄 종국의 머리에는 송석희가 만난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메리카로, 그리고 동양으로 가고자 했던 세르반테스의 꿈은 좌절되었고, 송석희의 꿈도 꼬리아 델 리오에서 멈췄지만, 루이스 소뗄로 신부와 함께 떠난 윤훈을 통해서, 그리고 아메리카로 간 그의 아들 프란시스꼬 꼬레아를 통해, 아메리카로, 그리고 그가 그렇게 간절하게 그리워했던 그의 조국에서 그 꿈이 이뤄졌을 것이란 생각도 해봤다.

아울러, 종국 자신을 통해, 세르반테스와 송석희의 영혼이, 이제 동방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함께 향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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