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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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와인] 와인과 문학, 그리고 삶

와인은 알코올이고, 알코올은 평상심을 요동치는 그 무엇이다. 인체를 따지고 혈액 내의 알코올 성분과 비율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은 단순한 심장박동 수의 증가 만을 의지하지 않으며, 그것이 머리를 지나 예기치 않은 뭔가가 끓어오르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술은 낭만으로 통하며, 술은 우정으로 통하며, 술은 삶으로 통한다.


책과 와인


여기 낭만주의 시대 스페인의 대표 작가인 호세 소리야는 그 유명한 [돈 후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Tiempo libre, bolsa llena, buenas mozas y buen vino.

 (시간적 여유에, 주머니는 두툼하고, 어여쁜 여자들에다, 좋은 포도주가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Jose Zorrilla, 1817-1893, Don Juan Tenorio I, capitulo 1)


그의 사랑론에는 결혼과 사랑은 별 개다. 아니, 결혼은 사랑의 끝일 수 있으며, 사랑은 그냥 가슴이 사정없이 떨리는 그 순간이며, 그것을 즐기고, 그것을 찾는 게 진정한 사랑이고 삶이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누가 주인공 [돈 후안](또는, 돈 지오바니)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돈 후안은 이 여자, 저 여자에게서 사랑을 찾고, 한 여자를 사랑으로 제압한 후에는 정착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여자를, 더욱 매력적인 여자를 사랑으로 넘어뜨리기 위해 방랑을 떠난다. 결코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그런 모습으로 자신의 열정을 막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의 사고와 행동을 '사랑의 편력자'로 말한다. 아니, '난봉꾼'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세계에는 우리가 경계하는 '돈'과 '여자'와 '와인'이 있다.


돈 후안


뜻밖에 마틴 루터의 다음과 같은 글귀를 발견하게 된다.


 Wer nicht liebt Wein, Weib und Gesang, Der bleibt ein Narr sein Lebenlang.

 A quien no le gusta el vino, la mujer y el canto sera un estupido toda la vida. 

 (와인과 여자와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인생은 바보스럽다.)

 (Martin Luther, 1483-1546, Von Weltliger Obrigkeit)



여기서 뜻밖이라면, 프로테스탄트의 신교를 주창한 검소하고 금욕적일 것 같으며, 술이라는 것은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 같은 마틴 루터의 이미지 때문이다. 문장 그래도 본다면, 향락에 빠질 것 같은, 낭만주의 시대 작가의 글 같다. 그렇지만, 루터가 루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그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자유를 갈구하고 강하게 싸워나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와인'과 '여자'와 '노래'라는 매우 인간적 근본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차원에서 이해가 간다. 특히, 독일이라는 나라, 화이트와인과 맥주의 나라에서 루터는 분명 이것들을 즐기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어네스트 도손의 말을 들어보면, 역시 돈 후안의 사랑 타령도 마틴 루터의 삶에 대한 생각도 약간은 고민을 요구하게 된다.


 They are not long, the days of wine and roses.

 (No son largos los dias de vino y rosas.)

 (Vitae Summa Brevis Spem Nos Vedat Incohare Longam.)

 (인생은 짧기만 하다. 와인의 흥취도 장미의 화려함도 잠시 지나갈 뿐이다.)

 (Ernest Dowson, 1867-1900)


해석하기에 따라, 돈 후안의 사랑을 칭송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런 사랑의 덧없음을 꼬집기도 한다. 분명 우리의 낭만적 사랑은 짧으니, 그런 시기를, 마치 장미가 피어있는 짧은 시기를 스스로 즐기고 아름답게 누릴 수 있는 자신이 되도록 하라는 뜻과 함께, 그런 세계에 너무 지나치게 빠져 미래를 잃으면 안된다는 경고성 글에서, 바로 자신의 젊음을 허비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젊음을 너무 절제하지도 말 것을 지시받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장미'와 함께, '와인'은 젊음이요, 열정으로 풀이된다.


[돈키호테]의 한 장면

와인에 찌들어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사실 매우 절제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산초에 비해 음식도 적게 먹고, 술도 적게 마신다. 그의 빼빼하게 마른 모습은 결코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눈에 비치는 그의 '광기'를 그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자신의 모든 행동은 그의 철저한 이성에 의해 나온 결과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신실한 사람이며,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인물이다.


 Come poco y cena mas poco; que la salud de todo el cuerpo se fragua

 en la oficina del estomago. Se templado en el beber considerando que el vino

 demasiado no guarda secreto, ni cumple palabra.

 (사람의 건강은 위에 달려있으니, 점심을 적게 먹을 것이며, 저녁은 더 적게 하라.

 와인을 마실 때는 절제해야 할 것이니, 지나친 음주는 비밀을 지킬 수 없으며, 약속을 어길 수 있음을 늘 생각하라.)

 (Cervantes: 1547-1616, Don Quijote de la Mancha I, capitulo 63)


술을 마시는 돈키호테 모습

낭만의 가슴을 소유한 그에게 와인의 알코올은 상대를 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알코올이 자신의 이성을 처참히 깨고, 기사도의 꿈에서 깨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까? 가장 와인적인 돈키호테에서 술은 뚱뚱하고 게걸스런 현실주의자 산초의 몫이 되고 만다.


물론, 와인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옛말, <In vino veritas. (Bebiendo vino, aparece la verdad.) (와인을 마시면 진실이 드러난다.) (Plinio el Viejo, 서기 23-79, Historia nat. VII, capitulo 1)>은 돈키호테를 가면을 쓴 인물인지, 아니면 그 자신이 와인없이도 얼마든지 낭만적인 인물인지 다시 알송달송에 빠지게 한다.


아울러,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면서 와인을 마신다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인지, 상대를 위해 좋은 것인지를 돈키호테와 와인의 관계를 생각나게 한다.


스페인에서 한창 인기있었던 작가들의 모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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