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돈키호테] 15. 성모의 품으로 (살바도르 달리가 1957년 제작한 '돈키호테' 주제의 판화 12점 중 12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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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로서의 패배와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돈키호테에게 사실 남은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우선 돈키호테의 재산 상태를 본다면, 독서를 위한 책구입과 거기에 빠져 편력을 하면서 보낸 시간 동안, 갖고 있던 것조차 탕진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있었던 것도 관리하지 않았으니, 제대로 남아있을 수 없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본다면, 60대후반에 들어선, 돈키호테, 또는 세르반테스에게 모험과 글쓰기를 통해 남은 에너지도 거의 모두 소진할 상태에 있다. 여인을 향한 기사의 맹세도 편력과 모험을 통해 매우 마모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세상(특히, 종교적 경지)에 대한 눈을 갖게 된 돈키호테에게, 누운 침상을 박차고 일어날 이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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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Virgen María, Madona, [성모의 품으로]) |
인생의 마지막 종점에 닿으면서, 신부와 그의 유언을 받은 서기가 등장하고, 조카와 가정부도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특히, 돈키호테와 함께 마을로 돌아온 산초는 그가 모신 분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면서, 역시 '산초답게', 소리는 내며 엉엉 울어댄다. 진정 가슴의 뿌리에서 올라오는 서러움과 아쉬움은 천둥같은 울음소리와 빗물같은 눈물로 표현된다.
산초에게 돈키호테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이나마 그에게 남겨주고자 한다. 그와의 동행 동안 돈키호테가 느꼈을 산초에 대한 애정과 그의 충직한 마음에 대한 댓가이면서, 못 난 자신을 믿고 , 따른 사람에 대한 당연한 마음이다.
물론, 끝내 자신이 정복한 '섬나라의 통치자'로 만들어 주겠다던 그 엄청난 꿈도 스스로 광기에 빠졌던 허황된 것임도 돈키호테는 밝힌다. 그리고 그 희생자가 산초임을 잘 안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돈키호테'에서 '알론소 끼하노'로 돌아온 그에게는 산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깊이 배어있으며, 결국 성모의 자리에 '둘씨네아'를 올려놓고, 기관차처럼 거침없이 내달렸던 '심장'을 내려놓고, 그 영혼을 다시 '성모'에게 맡기며, 이 세상을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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