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세상을 보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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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코의 아라곤에서 우리에게 보내온 경구(Aforismo)들
아라곤(Aragon) 지역 출신 인물들 중에는 우리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이사벨 여왕의 남편 페르난도 엘 까똘리꼬(Fernando II, el Catolico)를 비롯하여, 발따사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호세 루산(Jose Luzan y Martinez), 고야(Francisco Jose de Goya), 그리고 근현대에 들어서는 스페인의 노벨의학상 수상자였던 라몬 이 까할(Ramon y Cajal), 작가 라몬 센데르(Ramon Sender), 극작가 하르디엘 뽄셀라(Enrique Jaediel Poncela), 20세기 스페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기도 한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등이다.
<La Venida de la Virgen del Pilar a Zaragoza>(1765)(Museo Camon Aznar, Zaragoza)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스페인 바로크 시대의 작가인 발따사르 그라시안(1601~1658)의 출생지가 바로 사라고사이다.
그라시안은 젊어서 예수회에 들어갔으며, 그가 사제 서품을 받고 머문 곳들은 발렌시아(Valencia)와 레리다(Lerida, Lleida), 간디아(Gandia)와 우에스까(Huesca) 등지이다. 그라시안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고전적인 가르침을 얻게 된다. 상상을 뛰어넘는 문체의 난해함에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진리가 너무나 평범한 것이라는 데 혼란을 느낀다. 단순한 내용을 어렵게 표현하는 것은 그의 재주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1651년에 나온 『독설가』(El Criticon)는 3부로 꾸며졌으며, 1부는 사라고사(Zaragoza)에서 발표했는데, ‘끄리띨로’와 ‘안드레니오’의 대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의 아름다움’, ‘세계로의 입성’, ‘거짓’, ‘인간의 도덕적 해부’, ‘궁정의 무뢰한’ 등의 내용을 통해,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이념을 다루고 있다.
2부는 우에스까(Huesca)에서 발표했으며, 삶에 대한 이념을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삶에 적용하고 있다. 당시의 정치, 사회, 인물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나, 지나치게 지명이나 인명을 많이 쓰고 있다.
3부는 마드리드(Madrid)에서 발표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한 이념과 적용의 결론이며, 결론은 ‘삶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라’이다. 즉 여러 가지 삶에 대한 갈등 속에서 결국 ‘삶은 하나의 연극’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라시안의 글의 난해함은 꿈속을 헤매었던 스스로의 역정을 문학적 현실로 표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라시안은 인간의 문제를 두 개의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고, 두 세계의 대표적인 인물 끄리띨로(Critilo, 분별과 이성의 대표적인 인물)와 안드레니오(Andrenio, 자연과 본능의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를 내세워 상호 간의 대화를 만들고, 이로써 두 개의 세계가 하나로 뭉쳐지는 상태를 인간의 한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이 과정은 인간의 내면을 ‘종합-분석-종합’의 단계를 통해 헤쳐 보는 일이며, 다시 ‘상승’ 또는 ‘승화의 단계’로 결론지으면서, 결국에는 내면 갈등을 인간의 기본 바탕으로 인정하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로 이끌어 내는 지침서이다.
특히 『독설가』는 황금세기 스페인의 사상을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세르반떼스, 로뻬 데 베가, 깔데론 등으로 이어지는 스페인 사상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밖에 발따사르 그라시안의 작품 『기지와 창작』(Arte de ingenio, Trato de la Agudeza)은 두 권으로 되어 있으며, 63개의 언설로 구성된다. 예술과 삶에 대한 규정이 주가 되며, 언명을 먼저 내세운 후에 다시 적합한 시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라틴어 문구 인용이 돋보인다.
『영웅』(Heroe)이란 작품의 주제는 매우 추상적이며 축약적이다. 성공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성품을 열거하고 있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다른 작품보다 설명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깊은 사고가 필요하다. 이 밖에 『분별 있는 자』(El Discreto)도 있다.
『세상을 보는 지혜』 (Oraculo manuel y Arte de prudencia)라는 제목으로 1994년에 번역 출판된 책(쇼펜하우어가 발따사르 그라시안의 책을 번역한 책을 바탕으로 한글로 번역)은, 대한민국에 크게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금언문학', 또는 단문의 '경구'들이 이 사회에 만연하도록 크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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