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소리아, 스페인적 저항정신의 뿌리! 스페인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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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역사의 상징, 소리아(Soria)
‘소리아’처럼 허탈한 스페인을 표현한 도시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98세대'(Generacion 98)의 젊은이들은 작으나 고고했던 땅 소리아를 붙들고, 국정의 혼란에 안타까워하며 후진국으로 떨어진 스페인을 불러 댔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뭉쳐서 그 강대했던 로마인들에 항거하고, 그 정신으로 황금세기(Siglo de oro)를 일구어 낸 스페인의 정기가 지금은 처참한 흔적만을 드러낸 소리아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소리아의 옛성, Castillo de Soria)
소리아의 황폐함은 스페인의 황폐함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으며, 적막함 또한 마치 나라를 잃은 듯한 허탈함을 보여 준다. 이 움직임 없는 작은 도시에는 먼지바람과 간간이 들리는 개 짖는 소리뿐, 98세대 시인 안또니오 마차도(Antonio Machado)의 마음처럼 비어 있다.
「소리아에서」
오, 그래! 나와 함께 가자꾸나 소리아의 평원으로,
적막한 오후, 보라색 산들,
냇물을 따라 서 있는 포플러 나무들, 회색의 창백한 땅이
꿈꾸는 녹색 꿈,
쇠퇴한 도시의
깊고 깊은 서글픔이
이 영혼까지 사무치는
그 속 깊은 곳에 있었더냐?
높은 평원 누만시아의 숭고한 사람들,
신앙 깊은 기독교인으로서 주를 받들었으니
스페인의 태양은 그대들에게
즐거움과, 빛과 풍요를 채워 줄 것이니라!
소리아 근처의 작은 도시 ‘누만시아’(Numancia)는 작지만 결코 작게 보이지 않는다.
그 내부에 거대한 스페인인들의 정기가 서린 듯한 장엄함을 묵묵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자부심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비록 스페인이 로마인들의 진출과 로마화를 통해 나라의 기틀이 마련되고 문화의 꽃을 피웠다고 하지만, 로마가 스페인을 완전히 정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Yacimiento Celtibero de Numancia)
200년간의 투쟁, 그것은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이었던 셀띠베로인(Celtiberos)들의 처절한 저항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산으로 둘러쳐진 지형적 이점을 이용해 가장 강하다는 로마 군대와 맞서 죽음으로 항거했다. 로마인들은 셀띠베로인들을 정복하는 것이 어떤 물리적인 방법으로도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포위한 채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물자의 이동을 막자 셀띠베로인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했으며, 사태가 이쯤 되니 인육을 먹는 일도 있었다 한다.
(Ruinas Romanas de Numancia)
마침내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라는 로마의 장군이 도시에 입성했을 때는 모든 사람이 죽어 있었으며, 대부분이 자살했음을 알게 되었다. 셀띠베로인들은 이국인의 노예가 되기보다, 그들의 손에 죽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기원전 133년의 일이다. 세르반떼스(Miguel de Cervantes)는 이 사건을 「라 누만시아」(La Numancia)로 남겼으며, 거기에서 처절히 저항한 스페인인들의 저항 정신과 자부심을 표현하였다.
(Yacimiento Arqueologico de Numancia)
세르반떼스의 초기 극인 「라 누만시아」는 스페인인들의 자존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으며, 이후 98세대인들이 스페인 황금기를 꿈꾸었을 때 이 작품을 다시 읽으려 했다는 것도 기억할 일이다. 작품은 고전극 형식인 5막으로 되어 있고, 당시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은 받지 못했다. 장면의 긴박함이 고전적인 틀 때문에 표현되기 어려웠던 것인데, 이후 세르반떼스는 이 작품의 실패를 거울삼아 말년에는 로뻬 데 베가(Lope de Vega)가 주도한 3막 형식을 받아들인다. 작품의 소재가 된 누만시아와 그 사람들, 그리고 어지간히 자존심이 강했던 세르반떼스의 행동에서는 우직하고 고집 센 스페인인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Portada del Manuscrito de La Numancia de Miguel de Cerva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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