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공화파의 본거지, 하까(J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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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왕이 제거되고 공화국이 성립된 것은 1873년 이사벨(Isabel) 2세를 쫓아낸 후와 1931년 알폰소(Alfonso) 13세가 쫓겨난 후의 일이다.
특히 알폰소 13세의 통치 시기인 1923년에서 1930년에는 미겔 쁘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라고 하는 독재정치가,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 수반이 스페인을 좌지우지하던 시대였다.
(위에서 본 하까, Ciudad de Jaca)
그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의 패배와 까딸루냐(Cataluna) 분리 운동 등 사회의 혼란을 틈타 정치의 최정점에 올랐으며, 왕도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과시하였다. 왕의 묵인하에 사회 안정이란 미명을 내세워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고 상하원의원을 무력화해, 사회 안정을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했다. 쁘리모 데 리베라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화파들이 들고 일어났고, 제일 먼저 운동이 일어난 곳이 1930년의 ‘하까’(Jaca)였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후 스페인이 공화국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은 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까는 산이 높고 험하며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스페인 내륙의 여름 휴양지로 적당하다.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마주하고 있으므로 하까에서 휴양하면서 쉽게 프랑스 남부에도 다녀올 수 있어 좋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사람이 붐비는 이유는 깐단추(Candanchu)를 비롯하여 스페인의 대표적인 스키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의 우에스까(Huesca)로부터는 7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도시의 높이는 820미터, 주변 산의 높이는 2,886미터 정도로 백두산보다 높다. 이곳은 명성이 자자했던 아라곤의 첫 번째 수도였으며, 로마인들의 유적과 함께 아랍인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71년경에는 도시가 크게 부흥하였는데, 아랍인들에 대항하여 싸우면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로 스페인 및 유럽 각지의 사람들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을 피해 찾아든 기독교인들과 성지순례자들이 모여들었던 곳이기에 성당과 암자를 비롯한 종교 유적지도 많다. 예부터 프랑스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왕래가 잦았던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생김새도 남부와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으며, 금발에 파란 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여름은 여름대로 선선한 기후를 찾아 방문하는 내국인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유럽의 여러 나라 국민들을 볼 수 있다.
주변은 온통 산이고 하까는 그 중앙에 선 문명의 섬이다. 하까의 아침 햇빛은 역광을 이루며 과묵하게 서 있는 산을 더욱 검게, 더욱 엄숙하게 만든다. 어렵게 산을 타고 얼굴을 드러내는 해에게서 이미 달궈진 에너지가 가슴에 엄습해 온다. 이렇게 외진 하까에서의 아침은 시상(詩想)으로 필자를 깨운다.
「하까의 아침에」
칠흑 같은 하늘을
날카로운 꾀꼬리가 가르고 난 후,
한 차례 골바람이
汽笛처럼 스치더니,
非常한 구름을 품은
피레네의 머리가 우뚝 선다.
목 놓아 부르는 한 줄기 닭의 외침에
어둠이 한 꺼풀 벗겨 나가고,
새들의 재잘거림 속에
저만치 길모퉁이의
낯선 악센트가 흥얼거리며 신 난다.
7월의 공간에
태양을 쏘기 전,
하까는
오늘도 새벽의 의식을 치른다.
사라고사 대학교(Universidad Zaragoza)의 여름 학기가 열리는 캠퍼스도 하까에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스페인어와 문화 수업 등은 스페인 외무부를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라고사 대학의 하까 캠퍼스는 원래 외국인 기숙사로 문을 열었는데, 1929년 쁘리모 데 리베라가 초석을 놓았던 건물이기도 하며, 1년 후 그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곳의 사람들과는 인연이 깊다.
하까는 산이 높고 나무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군인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까의 산악군사학교는 스페인 국내에는 물론이고 외국에도 잘 알려진 군사학교로 한국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어, 이곳에 와서 군사훈련을 받고 가는 군인들을 매년 볼 수 있다. 나이와 국적을 떠나 사람들과 스페인어로 이야기하며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다면 하까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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