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로마에 갇힌 도시, 루고(Lugo), 그리고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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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갇힌 도시, 루고(Lugo)
높은 평원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도시. 원형의 구획이 있고, 그 안에는 검은 지붕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시가 바로 역사 깊은 ‘루고’이다.
성곽으로 싸여 완전히 제한된 땅에 성당과 학교가 세워져 있고 시장과 가정집들이 들어서 있으며 지금은 까페떼리아와 공원, 은행 건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루고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두운 편이며 언뜻 차갑게까지 느껴진다.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보이는 검은 돌, ‘삐사라’(Pizarra)로 된 지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통 돌로 만들어진 건물과 길이 주는 인공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면적이 한정적인 터에 녹음(綠陰)은 돌 사이로 간간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거기에 습하고 추운 스페인 북부의 특이한 날씨가 더해져 폐쇄된 듯한 분위기 속에 사는 루고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낯설게 다가온다.
(삐사라 지붕, Techo de Pizarra)
루고는 로마인들의 북부 전진기지였다. 루고를 중심으로 로마인들은 북부 지역으로 정복 전쟁을 벌였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도시의 기능 자체가 군사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군사 기능의 감퇴에 따라 성장이 멈추었다. 그뿐만 아니라 원형의 긴 성이 도시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어서 더 이상 확장할 수 없는 어려운 입지에 있다.
(로마시대에 축성된 루고 성곽, Muralla romana de Lugo)
(낙안읍성)
세월이 흐르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지금은 성 밖으로 주거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역 도시의 한계, 즉 상권 확장의 어려움, 인구 증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번영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반면 성 자체는 크기 때문에 성안에는 모든 것이 잘 갖춰져 있다. 다른 도시에도 성이 많지만 루고처럼 잘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5미터 정도의 두께로 도시를 완전히 둘러싼 성을 사람들은 산책로로 이용한다. 성을 따라가면 도시의 어느 곳으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성벽에 올라서면 시내 건물의 내부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낙안읍성)
(스페인의 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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