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지중해의 역사를 고이 간직한 도시, 무르시아(Murci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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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제국이 식민지 개척 이후 거느렸던 마지막 식민지를 잃은 1898년에, 스페인은 불안한 정치 상황, 그리고 낙후된 경제 등 1900년대를 앞두고 희망보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 여러 분야에서는 자각 운동이 일어났으니, 특히 의식 있는 스페인 사람들, 곧 지식인층의 분발이 돋보였다. 따라서 각양각색의 이들에게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인데, 그것은 스페인에 대한 애국주의였다.
아소린(Azorin)이란 작가는 이들을 한데 묶어 ‘98세대’(Generacion 98)라고 정의하였다. 98세대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그는 스페인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비판하고 건설적인 제안을 했으며, 각별히 스페인을 사랑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곳(모노바르, Monovar)에서 태어난 아소린은 자신의 기억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지금 무르시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덥지만 맑은 공기에
비단결 같은 티 없는 푸른 공기가
온 하늘에 닿아 있을 것이다.
높은 산에서는 아름다운 들녘 풍경이 펼쳐져 보일 것이다.
지중해 해안의 비교적 한가한 지역을 찾으라면 단연 ‘무르시아’(Murcia)이다. 황토색으로 구분 지어지는 소박한 집, 잔잔한 지중해의 푸른색은 단순하지만 자연에 가까운 멋을 지닌 무르시아 만의 빛깔이다.
무르시아 자치주는 이베리아 반도의 남동부 모서리 부분에 위치하며, 북서쪽으로는 알바세떼(Albacete) 도와 접해 있고, 동북쪽으로는 알리깐떼(Alicante) 도, 그리고 남서쪽으로는 그라나다(Granada) 도와 알메리아(Almeria) 도에 닿아 있고, 남동쪽으로 지중해에 면해 있다. 말하자면 서쪽으로는 까스띠야 라 만차(Castilla la Mancha)와 안달루시아(Andalucia)에, 그리고 북쪽으로는 꼬무니닷 발렌시아나(Valencia)에 닿아 있어 지리적으로 볼 때 여러 문화 사이에 끼여 그들의 문화가 혼합되는 중간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무르시아는 교통의 요지이다. 안달루시아의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기나긴 해안 국도를 따라가면 무르시아의 해안을 지나 꼬무니닷 발렌시아나로 올라갈 수 있으며, 마드리드에서부터 길게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로르까와 무르시아 및 까르따헤나(Cartagena) 등 주요 도시를 잇고, 다른 지역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잘 닦여 있다. 무엇보다 해안 도로를 따라 여행한다면 지중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으며, 중간중간 만나는 마을에서 숙박하거나 식당에 들러 별미를 즐기는 것도 좋으리라. 무르시아 자치주의 주요 도시로는 중앙의 무르시아를 비롯하여, 남동해안의 중심지 ‘까르따헤나’가 지중해에 닿아 있고, 남서 방향의 내륙에는 ‘로르까’(Lorca), 북동쪽에는 ‘예끌라’(Yecla)가 있다. 이 밖에도 ‘시에사’(Cieza)와 ‘까라바까 데 라 끄루스’(Caravaca de la Cruz), ‘후미야’(Jumilla) 등이 무르시아를 꾸미고 있다. 작은 냇물들은 많이 있지만 거의 바닥이 드러나 있어서 용수를 위해서는 적합하지 못하며, 1년 내내 큰비가 한두 번밖에 내리지 않기 때문에 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무르시아 지역은 까딸루냐(Cataluna)에서 내려오는 유럽 문화의 종착지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아직까지 중세 유럽의 뿌리가 남아 있는데, 로마인(Romanos)들과 카르타고인(Cartagineses)들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 제2의 도시 까르따헤나(Cartagena) 앞에 펼쳐진 해안은 ‘꼬스따 깔리다’(Costa Calida, 따뜻한 해안)라고 불린다. 여름이 되면 바다 밑으로는 북유럽에서 내려온 수많은 참치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며 참치를 잡기 위해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Caravaca de la Cruz)
다른 지방들이 나름의 특색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무르시아는 마치 묵묵히 농사 만을 짓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무르시아 사람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하며 자식들을 키우고 늙어 가, 이곳에 묻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타지인들이 많지 않으며 동양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접하는 동양이란 고작해야 텔레비전 영화나 중국 음식점 사람들이 남긴 인상뿐이다.
무르시아의 주요 산업은 농업이며, 대부분이 세구라(Segura)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북서쪽 시에사를 지나서 무르시아 지역을 가로질러 지중해에 이르는 세구라 강 주변은 토양이 비옥하여 포도 농사를 비롯하여 복숭아, 레몬, 살구, 사과 등의 과수가 많이 심어져 있다. 물이 있는 곳에는 포플러 나무, 버드나무, 느릅나무와 찔레나무 덤불이 자라고 있으며, 초지가 잘 형성되어 있어 염소와 양을 많이 키운다.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논농사도 한다. 기온이 높고 일조시간이 긴 덕분에 과일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서, 무르시아의 과일은 많은 유럽인의 고상한 입맛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
무르시아의 도시들은 크지 않다. 바로크식의 도시 건물들도 높지 않지만 약간만 벗어나면 산과 들에 닿을 수 있다. 자연이 잘 보존된 무르시아에는 국립공원으로 정해져 있는 곳이 많으며, 스페인 남부의 온화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분포된 염전은 사람들의 소금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친 새들이 집단을 이루며 찾아드는 서식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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