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강의] '등장인물'인가,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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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 나기, 바예까스(Vallecas)의 물 축제

                            바예까스(Vallecas)의 물 축제,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 나기

한낮의 뙤약볕 아래에서 어쩐지 어색한 몸짓으로 몇몇 젊은이들이 분주하다.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바예까스의 길목에서 영문을 모르고 길 가던 노인도 어느새 그 준비의 뜻을 알아차린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정돈되지 않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양옆에 소방용 호스가 길게 늘어져 있고, 한쪽에서는 배 모양을 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에서 4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마드리드의 가난한 동네 한가운데에 바다 분위기의 치장이 시작된 것이다.

이름 하여 ‘물의 축제’(Fiesta de Agua) 또는 ‘해상 전쟁’(Batalla Naval). 점심을 마친 거북한 속이 차가운 음료수를 찾을 때쯤 근처 까페떼리아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시작 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물이 날아든다. 아이들이 먼저 물을 상대방에게 뿜어 대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깨어지고, 어른들도 하나하나 동심으로 돌아간다.

(Batalla Naval en Vallecas)

시내 대형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어린이용 물총이 등장하지만, 이내 소방 호스에서 빼낸 물들이 이리저리 끼얹어진다. 사람들이 바예까스 거리에 몰려들어 차의 통행은 불가능해지고, 어느새 무리는 행진을 시작한다. 물론 행진에는 여러 구조물이 등장하고, 그 모양은 바다에서 연상되는 것들이다. 재료는 제각각.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 상자가 주종이며, 좀 더 신경을 썼다면 나무로 대충 얽어 만든 배 정도이다. 그러니까 아직 정식 축제로 자리 잡지도 않았고, 관할 관청에서 지원을 받을 상황도 아닌, 주민의 자치 행사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방 호스 사용에 대해 승인을 얻었을 것 같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진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아파트 발코니에서는 물이 쏟아진다. 아래에서는 물 한 방울이라도 더 받으려는 경쟁이 벌어지며, 그 자체로 즐겁다.

(Fiestas de la Karmela, Fiestas del Carmen en Vallecas)

하루, 그것도 오후 정도에 시작하고 마치는 이 행사는 그러나 스페인 사람들, 특히 사회의 저층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을 잘 대변해 준다. 먼저 이들의 참여 의식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에 비하면 점잔 빼는 일이 적다. 유럽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도 이들은 대단히 참여적이고 활발하다. 음악이 들리고 주변이 떠들썩하면 이내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춤도 좋고 노래도 좋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면 그냥 바라보거나 지나치지 않는다. 무언가 한 소리 던지기도 하고, 그 안에 들어가 함께 움직인다.

(Batalla Naval en Vallecas)

특히 바예까스에서처럼 가난하고 오랫동안 서로의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이런 행사는 모두가 참여하는 공간이다. 부자 동네에서는 보기 어려운 친근함이고 열린 마음이다. 우리는 흔히 점잔 빼는 사람이 주관하고, 행동은 보다 활발하고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하는 행사를 보게 된다. 그러나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이며, 참여하는 사람이야말로 행사를 가장 잘 즐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난하다고 즐기지 못하란 법이 없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진 셈이다. 다행이다. 가난한 바예까스의 사람들은 더운 여름, 휴가를 갈 수는 없고 대신에 물을 가지고 나와 한 마당 물 파티를 한다. 서로에게 허물없이 물을 쏘며,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돈 없음을 스스로 위로한다. 혹은 위로가 아니라, 가장 즐거운 여름을 홀가분하게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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