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비야 “여보세요? 훌리아 하뽄이십니까?” “네, 누구세요?” “지난 번 메일로 연락드린 윤종국이라고 합니다. 제가 금방 세비야에 도착했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혹시, 제 연구실로 오셨으면 합니다만, 가능하세요?” 종국은 택시를 잡아타고 세비야대학교를 향했다. 그는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대사관 행사 뿐 아니라, 한국에서 사람들이 올 때마다 여러 번 세비야를 안내했기에, 이 도시는 익숙했지만, 세비야대학교에는 처음 가는 길이다. 이 번 종국의 세비야 방문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재는 외무부 본부에 근무하고 있어, 개인 휴가를 몰아서 마음먹고 스페인 행 비행기를 탔다. “반갑습니다. 제가 훌리아 하뽄입니다.” 작은 체구의 훌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오래된 건물의 이 층에 자리하고 있는 그녀의 연구실은 층고가 아주 높았고, 벽에는 책들이 가득 차있었다. 훌리아는 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자신의 성, 하뽄에 대한 연구로 최근 [센다이에서 세비야까지]라는 책을 냈다. 몇 년 전부터 스페인의 하뽄, 말하자면 스페인어로 일본이란 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종국은 이 책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입수해 읽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페인에서의 일본이라는 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사람들이 일본 사람이 아니라, 조선인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추적해왔다. 주문하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책이 도착했고, 급하게 내용을 읽었다. 벌써 몇 년 동안 이 주제에 대해 개인적인 연구를 해왔기에, 책의 내용을 보는 순간 자신이 그동안 탐구해온 것에 비해 특별한 발견은 없고, 다만 훌리아가 자신의 고향인 꼬리아 델 리오와 하뽄이라는 성을 가진 가족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연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종국는 스페인 내에서 이 분야에 가장 전문가인 훌리아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 외무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없었고, 거리 상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