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축적된 지식을 총합시킨다는 말과 통할 것 같다. 말하자면, 우리가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 우리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경험과 생각, 그리고 지식을 총동원하는 것과 같다. 한편, 지식의 경중과 시간차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축적된 지식은 처음의 그것대로가 아닌, 또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표출될 것인데, 사실 우리의 기억을 통해나오는 거의 모든 것은, 이런 절차를 밟는다. 세르반테스가 '동양'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의 기억 속 한 공간에 쌓여있었을 것이고, 그가 먼 나라를 설정하여 '모험'의 새로운 맛을 주기 위해 글을 쓰는 순간, 그 동양에 대한 지식은 이리저리 혼합되어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지식들은, 그가 어떤 것부터 빼내느냐에 따라, 다르게 배열된다. 이렇게 뒤죽박죽 나온 것들에 일관성과 논리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데, [돈키호테]를 쓰는 세르반테스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자유로울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이 미쳤으니, 논리가 필요없다. 정 그것이 문제가 되는 듯하다면, '마법'에 걸렸다고 하면 그만이다. 세르반테스는 '깐다야'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마젤란이 발견했던 지금의 필리핀이다. 낯선 것이 필요했던 작가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가 되었고, 순간 그의 머리 속에 들어있던 동양이 튀어나왔다. 인도(꼬모린)가 생각났고, 그 옆의 섬, 스리랑카(세일란, 뜨라뽀바나) 생각났다. 깐다야는 그보다 더 멀리 있다고 하니,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냥 인도 맨 아래에 있는 항구, '꼬모린'(코모린)을 넣었고, 그 옆에 있는 섬 '뜨라뽀바나'(타프로바나)가 떠올랐다. 새로 발견한 깐다야를 사람들이 설명할 때, 이렇게 기존에 알고 있던 '동쪽 끝' 지명을 기준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야기를 꾸며야 하는데, 생각난 것이...